IRP계좌 만들고 세액공제 챙기는 방법

얼마 전 퇴직을 앞둔 지인이 회사에서 IRP계좌 번호를 알려 달라는 말을 듣고 당황하더라고요. 이름은 익숙해도 퇴직금을 받는 통장인지, 연말정산용 계좌인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사실 둘 다 맞아요. IRP계좌는 퇴직급여를 모아 두고, 본인이 돈을 추가로 넣어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도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먼저 계좌를 여는 목적부터 확인하기
퇴직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계좌라면 회사에 제출할 본인 명의 IRP계좌를 만들면 됩니다. 고용노동부 안내에 따르면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지정한 IRP계좌로 지급합니다. 다만 55세 이후 퇴직하거나 퇴직급여가 300만 원 이하인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계좌 번호를 요청했다면 입금 예정 금액과 제출 기한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편합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계좌를 열기만 해서는 공제가 생기지 않고, 본인 돈을 직접 납입해야 합니다. 회사가 넣어 준 퇴직급여는 본인이 추가 납입한 돈처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같은 계좌에 돈이 들어 있어도 어디에서 온 돈인지에 따라 세금 계산이 달라지는 셈이죠.
IRP계좌는 이렇게 만들면 편해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IRP를 취급하는 금융회사에서 개설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앱으로 신청하는 곳도 많아 신분 확인부터 계좌 개설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요. 다만 가입 가능 여부나 필요한 서류는 본인의 소득·퇴직 상황과 금융회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신청 화면의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회사를 고를 때는 익숙한 이름만 보지 말고 수수료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비교해 보세요. 특히 퇴직금만 넣을 계획인지, 매달 추가 납입할 계획인지에 따라 살펴볼 부분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예금 위주로 운용하고 싶다면 이용 가능한 예금 상품과 만기를, 펀드나 ETF를 생각한다면 상품 종류와 거래 방식을 확인하면 됩니다. 수수료 면제 조건도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계좌를 연 뒤에는 금융회사 앱에서 계좌 번호와 가입 확인 자료를 확인해 회사 담당자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퇴직급여가 들어온 후에는 입금액과 운용 지시 상태를 확인하세요.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원하는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것은 아니어서, 계좌 안에서 어떤 상품으로 운용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액공제는 납입액과 소득에 따라 달라져요
국세청 기준으로 연금저축은 연 600만 원까지,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 납입액은 합산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연금저축에 이미 600만 원을 넣었다면 IRP에 300만 원을 추가 납입해 합산 한도를 채우는 식입니다. 연금저축 없이 IRP에만 900만 원을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도를 채우려고 여러 계좌에 같은 금액을 각각 넣을 필요는 없어요.
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라면 15%, 이를 초과하면 12%입니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흔히 각각 16.5%, 13.2%로 계산합니다. 가령 총급여 5,000만 원인 사람이 공제 대상 금액 300만 원을 납입했다면 계산상 세금 감소액은 49만 5,000원입니다. 총급여가 5,500만 원을 넘는 사람은 같은 300만 원에 대해 39만 6,000원으로 계산되고요. 실제 환급액은 이미 낸 세금과 다른 공제 항목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기억할 점은 세액공제 한도와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는 한도가 같지 않다는 겁니다. 또한 올해 돈을 넣었다고 해서 그 돈을 곧바로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일반 저축통장처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납입액을 정할 때는 비상금이나 가까운 시일에 쓸 주거비를 먼저 남겨 두는 게 마음 편해요.
운용과 인출은 오래 쓸 돈이라는 기준으로
IRP 안에서는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예금이나 투자상품 등을 선택해 운용합니다. 예금은 적용 금리와 만기를, 투자상품은 가격 변동과 비용을 확인하세요. 세액공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손실까지 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큰돈을 한 상품에 넣기 부담스럽다면 자신의 투자 기간과 위험 감수 정도에 맞춰 운용 비중을 정하면 됩니다.
돈을 꺼낼 때의 세금도 중요합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으로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55세 이후 연금수령을 신청하고 가입 기간 5년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만 퇴직급여를 IRP로 옮긴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는 5년 요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퇴직소득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도에 해지해 연금 외 방식으로 받으면, 세액공제를 받은 본인 납입액과 운용수익에는 일반적으로 기타소득세가 붙습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16.5%입니다. 퇴직급여 부분에는 별도의 퇴직소득세 규칙이 적용되므로 계좌 잔액 전체에 똑같은 세율이 붙는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법에서 정한 사유에 따른 중도인출은 요건과 필요한 서류도 확인해야 합니다.
IRP계좌는 퇴직금을 받을 때 급히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의 선택이 더 오래 영향을 줍니다. 저는 계좌를 만든 날 수수료, 운용 상품, 추가 납입 계획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연말정산 혜택도 반갑지만, 오래 묶어 둘 수 있는 금액부터 차근차근 넣는 게 결국 부담이 적습니다.
